Chow mein.
난 왜 에바에 열광하지 못했을까..를 적어보면 재미있을 듯?
당시 난 빠지기 굉장히 좋은 조건이었을 텐데?? 두세 번 보려 했으나 11화 정도에서 그만 뒀던 기억.
푹 빠져있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.

갑자기 생각나서 지도에서 찍어본 출퇴근길.
광명KTX역 부근으로 이사온 게 작년 12월이니 이제 슬슬 다섯 달이 되어간다. 대중교통이 편한 길이 아니라 자동차로 다닌다. 처음에는 서부간선도로-올림픽대로를 비롯해서 이런 저런 길을 시험해봤는데, 그나마 가장 편한 길이 이 경로다.
총 27.6km, 집 현관부터 사무실 현관까지 기준으로, 아침에는 약 55분, 저녁에는 시간대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1시간 20분쯤 걸린다. 시간이 제법 걸리지만 그래도 다른 경로에 비하면 덜 막히고 은근히 운전하는 맛도 있다. 구간마다 색다른 재미가 있어 길에 리듬이 있달까.
먼저, 집에서 출발하면 거의 바로 서해안고속도로-제2경인고속도로 구간에서 속도를 낸다. 교통 정체가 시작하기 직전의 구간이라 거의 막히지 않고 길도 거의 직선에 가까운 편이라 맘껏 속도를 낼 수 있다. 마음에 시동을 걸고 그 날 할 일 생각하며 기합을 팍 넣는 구간이기도 하다.
그렇게 삼막 IC에 도착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관악산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난 산간 도로를 달린다. 건설 대형 차량들이 좀 있지만 별로 막히지는 않는다. 도로 폭이 좁아 이리저리 커브를 돌려면 다른 생각 안 하고 운전에 집중해야 하는데, 커브를 돌 때마다 풍경이 휙휙 변해서 경치를 구경하는 맛이 있다. 요즘엔 도로 양쪽의 개나리와 벚꽃이 참 좋았는데, 여름엔 꽤 싱그러울 듯하다.
미림여고 쯤 부근에서 좀 재미없는 시내도로로 이어지지만, 서울대 부근 가면 교통량이 줄어서 적당히 속도 낼 수 있다. 학교 정문 부근은 늘 멈추지 않고 지나는 편이라 별 다른 생각을 못하지만, 서울대 입구 사거리쯤에서 차를 멈추고 있으면 길 건너에서 셔틀 버스 기다리는 학생들 보면서 예전 생각도 많이 난다.
서울대 입구에서 숭실대-중앙대로 이어지는 길은 십 년 넘게 다닌 길이라 별다른 감흥이 없지만, 중앙대 후문-정문-흑석동의 편도 1차선 도로는 늘 인상에 남는다. 편도 1차선이라 좁은 데다가 등교하는 대학생들이 뒤엉켜 속도는 가장 느리지만, 지나가는 학생들 구경하며 예전 생각하기엔 오히려 이곳이 재미있는 편이다.
그 혼잡한 골목길을 뚫고 흑석동으로 나오면 동작역까지는 바쁘게 차선 변경을 해가며 출근길의 물살에 타야 한다. 그렇게 올림픽 대로에 올라타면, 마치 ‘니모를 찾아서’에서 동호주 해류에 올라탄 말린의 기분이 이해가 된다. 그 거대하고 고고한 자동차의 물결이란… 그 뒤로는 별로 할 일이 없다. 직선이지만 출근시간엔 늘 막히는 편이고, 그렇다고 딴청필 정도로 안 움직이지는 않는다. 그렇게 느릿한 물살을 따르다가 한남대교에서 빠져나오면 거의 바로 사무실에 도착한다.
‘직선의 고속도로-산간 도로-시내 도로-좁은 길-전용도로’로 운전 패턴이 몇 분마다 크게 바뀌어서 확실히 지루한 맛은 덜하다. 운전을 즐길 정도라고 말하긴 좀 그렇고, 다른 경로에 비해선 덜 지루하다. 5-10분 정도만 더 짧으면 훨씬 더 좋겠지만.
퇴근길? 뭔가 적고 싶을 정도로 퇴근길이 재미있을 리가 있나. 밤이라 보이는 것도 없고, 얼른 집에 오고 싶은데 차가 대책없이 막히니 짜증만 나지. 가끔 일탈해서 다른 길로 다니기도 하는데, 그건 다음 기회에-.
이 글을 끝으로 다음에는 이런 제목을 적지 말아야지.
운동을 그만둔 것이 시작이었다.
몸이 흐트러졌고, 체력이 달리기 시작했고, 머리가 안 돌고, 덜 부지런해졌다. 바쁘다는 핑계로 하나씩 둘씩 놓아버렸다. 그렇게 몇 달을 보내고 나니, 사람이 온통 무뎌졌다. 개성이 없고, 날카로움도 없고, 번득임도 없고, 일관성도 없고, 자신감도 없어졌다. 이만하면 올 A-정도 되겠지 싶었지만, 세부로 들어가자 간신히 올 B를 한 거 같고, 그렇게 몇 달을 벼리지 않았더니, C+ 부근까지 떨어진 듯하다.
다른 사람들은 잠깐 방심해도 살도 안 찌고 늘 영민하게 사는 것 같은데, 체질이 그런 건지 조금만 마음을 놓으면 한없이 무뎌진다. 나름 얻은 것 있으니 후회하지 않기로 했는데, 이럴 때면 느슨하게 보낸 20대 후반이 너무 아깝다.
운동하고, 책 읽고, 글 쓰고, 생각하고, 몸을 계속 벼려야지. 지금 벼리는 게 이후 10년을 결정하리라.
